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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란에서 청까지, 고려와 조선을 흔든 북방 민족의 흥망성쇠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5. 18:22
거란의 부상과 '요' 제국의 등장거란은 916년, 야율아보기(耶律阿保機)가 여러 유목 부족을 통합하면서 세운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이후 국호를 '요(遼)'로 바꾸며 동아시아 강국으로 성장합니다. 요나라가 동북아시아 질서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사건은 925년 발해 침공이었습니다. 발해는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이 세운 나라로, 고구려의 정신적 계승자였습니다. 그 발해를 멸망시킨 요나라는 이후 만리장성을 넘어 연운 16주라는 요충지를 확보하며 중국 북부를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이민족에게 연운 16주가 넘어갔다는 사실은 중국 한족 정권에게 엄청난 자존심의 상처였지요.하지만 고려에게 요는 단순한 강국이 아니라 발해를 멸망시킨 원수였습니다. 고려는 고구려와 발해의 계승을 자임하며 민족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요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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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 한국사: 한반도 고인돌, 세계를 잇는 거석의 유산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5. 12:49
한반도는 세계 고인돌의 중심지다고인돌은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한반도는 유독 밀집된 분포를 보이는 특별한 지역입니다. 고인돌, 즉 '돌을 올린 무덤'은 선사시대 인류가 만든 대표적인 묘제 유산으로, 유럽에서는 '돌멘(dolmen)'이라 부르며, 프랑스, 영국, 스페인, 스칸디나비아반도 등지에서도 발견됩니다. 하지만 고인돌이 가장 많이 집중적으로 발견된 곳은 다름 아닌 한반도입니다.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확인된 고인돌은 약 3만 개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 고인돌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전북 고창, 전남 화순, 경기 강화에 분포한 고인돌 군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 같은 분포와 규모는 단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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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에서 되살아난 석기: 한반도의 주먹도끼가 다시 쓴 구석기 역사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5. 01:03
주먹도끼가 없었던 땅 한반도?한반도는 오랫동안 구석기 시대 연구에서 중심지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 인근 지역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도구인 주먹도끼는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 중동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출토되며, 인류 문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핵심 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나타나지 않아 고고학계에서는 '동아시아 결핍 지역(Handaxe Absent Zone)'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이 지역의 구석기 문화가 단순하고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을 견지했습니다.이 같은 편견은 한반도의 고대 문화가 독립적 발전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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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암각화의 흐름 속에서 본 반구대 암각화의 위상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4. 16:06
반구대 암각화, 태화강에서 되살아난 선사 시대의 이야기반구대 암각화는 경상북도 울주군 태화강변의 암벽에 새겨진 선사 시대 유물로, 한국은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고대의 걸작입니다. 이 암각화는 약 7천 년 전부터 새겨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래, 사슴, 호랑이, 배 등이 다양한 동물과 인간의 형상이 등장합니다. 반구대라는 이름은 암벽이 마치 엎드려 있는 거북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실제로 이 작은 바위 벽화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류 문화의 시작을 말없이 증명해주는 역사적 증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사에서는 신석기 후기부터 청동기 초기에 이르는 인간의 삶을 알려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지만,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반구대 암각화는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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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잠든 고려불화: 세계 속으로 떠난 문화유산의 여정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4. 10:52
고려불화, 중세 한국 불교미술의 정수고려시대(918~1392)의 불화는 한국 불교미술사에서 가장 찬란한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화란 부처와 보살, 또는 경전 내용을 그린 종교적 그림을 말하며, 고려 불화는 특히 채색이 화려하고 섬세한 필치와 장엄한 구성으로 유명합니다.고려불화는 당시의 종교 의례는 물론, 국왕과 귀족의 시주에 의해 제작된 국가적 상징물로서도 기능했습니다. 많은 불화들이 대형 비단천 위에 진채로 제작되었고, 그 내용은 아미타불도, 지장보살도, 수월관음도 등 정토 신앙과 관세음보살 신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려 불교의 사상적 다양성과 대중적 신앙심을 동시에 반영하는 예술이자 한국사 속 회화, 종교, 정치가 융합된 상징적 작품입니다. 그런 고려불화의 걸작들이 지금은 유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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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로 세계를 품은 나라, 고려: 국교로서 불교의 세계사적 의미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4. 06:08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 정치와 정신을 통합하다고려(918~1392)는 건국 초부터 불교를 국교로 공식 채택한 나라였습니다. 이는 국가 정체성과 정치 이념을 불교 위에 구축한 독특한 모델이었지요. 태조 왕건은 고려 건국 직후부터 왕즉불(王卽佛), 즉 국왕이 곧 부처의 대리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불교적 이상과 왕권의 정당성을 연결시켰습니다. 이로써 고려의 불교는 개인의 수행이나 기복 신앙을 넘어, 국가를 지탱하는 중심 철학이자 대외 인식의 틀이 되었습니다. 특히 왕실과 귀족층이 불교를 전폭적으로 후원하면서, 고려는 사찰과 승려를 국가 체제 내에 편입시키고, 동시에 불교를 통한 대내 안정과 대외 위신 제고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서양 중세의 기독교 군주정과 유사한 구조로, 세계사적으로도 정치와 종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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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개성, 세계를 향해 열린 수도: 벽란도와 함께한 중세 동아시아의 국제도시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3. 23:44
개성과 벽란도, 세계로 통하는 고려의 창한국사에서 고려는 '귀족의 나라'로 기억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쪽자리 인식일 뿐입니다. 고려는 단지 내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도 개성과 외항 벽란도를 통해 세계로 나아간 중세 동아시아의 대표적 개방국가였습니다. 개성은 당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중국 송과의 교류는 물론, 거란, 여진, 일본,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오가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적 관문이 바로 예성강 하류에 위치한 벽란도였습니다.벽란도는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국제 무역항이자 외국 상인의 집결지였습니다. 특히 송나라 사신은 물론, 페르시아, 아라비아 출신의 무슬림 상인들까지 드나들며, 고려는 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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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에서 다시 보는 경주의 위상: 고대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통일신라의 수도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3. 19:35
세계 10대 고도, 인류문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다세계의 역사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도시들은 단순한 인구 집합체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었습니다. 미국의 과학문화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LiveScience.com)은 2009년 '세계의 10대 고도(古都, ancient cities)'를 선정하여 인류의 문명사를 대표하는 도시들을 소개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단연 로마입니다. 기원전 8세기에 건국되어 기원후 5세기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로마는 단순한 도시 그 이상이었습니다. 법률, 군사, 건축, 상하수도 시스템 등 오늘날 서구 문명의 기초를 마련한 대제국의 수도였지요.그다음으로 꼽힌 곳은 아테네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에게해 연안의 도시국가 중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했던 아테네는 고대 민주주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