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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철도혁명과 경의선 - 철길 위에 새겨진 제국과 민족의 흔적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7. 9. 05:32
철도의 시대, 세계를 연결하다19세기 철도혁명은 세계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며 석탄과 철강, 기계 기술이 발전하자, 기존의 교통수단으로는 수송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1825년 영국 스톡턴과 달링턴 사이에 최초의 여객용 증기기관차 철도가 등장했고, 이는 곧 유럽 전역과 북미, 러시아, 인도, 중국 등지로 확산하였다. 철도는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제국주의적 팽창, 국내 시장 통합, 식민지 개발과 수탈, 민족주의 형성 등 다양한 역사적 흐름의 주체로 기능했다.특히 19세기 말은 철도의 지구화 시대였다. 영국은 식민지 인도를 철도로 연결해 물자와 군대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했고, 러시아는 대륙의 관통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건설하여 동방 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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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와 로마 제국의 도로망 비교 - 제국의 혈관을 설계하다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7. 3. 23:49
제국의 도로망, 권력과 문명의 상징고구려와 로마 제국의 도로망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제국의 통치력과 문명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프라였다. 고구려의 도로망은 기원전 1세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만주와 한반도 북부 전역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통합하고 관리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반면, 로마 제국의 도로망은 기원전 4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장되어,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8만km 이상의 길을 통해 '팍스 로마나'의 질서를 실현했다. 이처럼 두 제국은 지리와 시대를 달리했지만, 도로망을 통해 제국의 중심과 변방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공통된 전략을 구사했다.도로는 곧 제국의 혈관이었다. 왕과 황제는 도로를 통해 조세를 징수하고, 군대를 이동시키며, 명령을 전달했다. 성인은 물자를 운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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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국민국가의 등장과 조선의 민족 개념 - 백성에서 국민으로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6. 24. 23:31
국민국가의 탄생: 중세를 넘은 새로운 정치의 틀국민국가(nation-state)는 근대 세계사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다. 과거의 세계가 제국이나 봉건 체제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근대 이후의 세계는 명확한 영토와 법률, 그리고 국민이라는 구성원 위에 세워진 국가가 중심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어,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 전쟁을 거치며 본격화되었다.프랑스 혁명(1789년)은 특히 국민(nation)이라는 개념을 정치적 실체로 처음 드러낸 사건이다. 이때까지의 프랑스인은 국왕의 신민(臣民)이었지만, 혁명을 통해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생각이 정착되며 '국민'이라는 공동체의식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왕의 백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 아래 평등한 시민이 탄생했고, 이는 곧 국민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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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계의 과학 전성기와 조선의 실학 - 지식은 어디에서 오는가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6. 21. 09:48
이슬람 과학 전성기: 고대의 지식을 다시 꽃피우다이슬람 세계의 과학 전성기는 세계사에서 '지식의 황금기'로 불릴 만큼 찬란한 시기를 이룩하였다. 이슬람 과학 전성기는 주로 8세기에서 13세기까지, 특히 아바스 왕조 시대의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바그다드에 세워진 '지혜의 집(Bayt al-Hikma)'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식을 번역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이론을 창조하는 학문의 중심지였다. 수학에서는 알-콰리즈미(Al-Khwarizmi)의 대수학이 등장하였고, 그의 이름은 훗날 '알고리즘(Algorithm)'이라는 단어로 남았다. 의학 분야에서는 이븐 시나(Avicenna)의 이 유럽 중세 의학의 교과서가 되었으며, 천문학에서는 알-바타니(Al-Battani), 알-주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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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조선 세종의 집현전 - 지식과 권력의 갈림길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6. 19. 22:56
지식과 권력의 관계 - 억압인가, 육성인가지식과 권력의 관계는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주제 중 하나이다. 지식은 권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도 하고, 때로는 권력에 도전하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진시황이 단행한 분서갱유와 조선 세종이 설립한 집현전은 이러한 권력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대조하는 두 역사적 사례이다. 하나는 사상의 다양성을 억압함으로써 권력의 절대성을 강화하려 했고, 다른 하나는 학문과 토론을 장려하며 국정 운영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이 두 지도자의 선택은 각기 다른 문명 경로를 보여준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 제국의 통일을 위한 지식의 억압진시황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전국을 통일한 강력한 황제였다. 그는 통일 이후 각 지역의 법과 제도를 표준화하면서, 정치적, 문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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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혁명사와 3.1운동 - 비폭력 저항의 세계사적 연결고리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6. 16. 11:58
3.1운동은 세계사 속 비폭력 저항 운동의 전범이었다3.1운동은 한국사에서 가장 널리 기억되는 민족운동이지만, 동시에 세계사 속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폭력 저항 운동의 선도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1919년 3월 1일, 조선의 민중은 일제의 식민 지배에 맞서 무장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선언과 시위, 그리고 신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자유와 자결을 요구하였다. 이는 단순한 독립운동을 넘어, 억압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과 정치적 권리를 평화롭게 외친 세계적 사건이었다. 3.1운동은 단기간에 2백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1,500회가 넘는 시위가 벌어질 만큼 폭발적인 민중의 열망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총 대신 깃발을 들었던 저항의 방식은 이후 세계 각국의 민족운동에 강한 영감을 주었다. 간디의 사티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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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파라오 무덤과 조선 왕릉 - 죽음을 대하는 왕의 방식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6. 15. 20:56
죽음을 준비하는 두 문명의 방식 - 무덤은 왜 중요한가이집트의 파라오 무덤과 조선의 왕릉은 단순한 묘지가 아니다. 이 두 문명의 통치자들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세계관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죽음의 건축이자 왕권의 미학이다. 세계사에서 이집트는 피라미드와 함께 기억되며, 한국사에서 조선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독특한 장례문화를 자랑한다. 이 두 문명의 무덤을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단순히 외형의 차이를 넘어서, 각각의 문명이 죽음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왕은 왕인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이집트 파라오는 죽음 이후에도 영생을 누리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배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반면, 조선의 왕은 유교적 관념에 따라 죽음 이후에도 예(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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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타이 유목문화와 신라의 기마 전통 - 말 위에서 문명을 만들다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6. 14. 17:32
스키타이 유목문화, 말에서 태동한 초원의 제국스키타이 유목문화는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발생한 가장 역동적인 기마 문명 중 하나로, 기원 전 9세기경부터 흑해 북방과 남러시아 일대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키타이의 문화는 '말'이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스키타이인은 말 위에서 이동하고, 말과 함께 싸우고, 말을 매장할 만큼 생애의 전 과정에서 기마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었다.스키타이의 무덤 유적인 쿠르간(Kurgan)에서는 잘 보존된 말의 유해와 정교한 마구, 황금 장신구들이 다수 출토되었다. 특히 이들의 장신구에는 동물 투쟁 모티프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유목민의 생존 본능과 자연에 대한 관철력이 융합된 독특한 예술 양식을 보여준다. 말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전사로서의 위엄, 귀족의..